라일락꽃 담쟁이 흔들리며 피는 꽃
꽃은 진종일 비에 젖어도 저것은 벽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향기는 젖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빗방울 무게는 가누기 힘들어도 그때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출렁 허리가 휘는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꽃의 오후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꽃은 하루 종일 비에 젖어도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빗물에 연보라 여린 빛이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창백하게 흘러내릴 듯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순한 얼굴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결국 그 벽을 넘는다
꽃은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화가가 되고 싶었으나 시인이 된 소년, 부드러우면서 곧은 시인, 따뜻하고 열정적인 선생님, 해직과 투옥을 겪으면서도 신념을 포기하지 않았던
교육운동가 도종환의 신작 에세이집이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부터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쳤던 날들, 교육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간 이야기,
『접시꽃 당신』으로 가족과 함께 상처받고 힘들었던 시절, 아파서 숲에 들어가 혼자 보내야 했던 시간들의 이야기까지,
한 편 한 편의 시를 통해 그의 인생을 담담하게 솔직하게 때론 절절하게 담고 있다.
자신의 삶 이야기가 들어 있는 시들을 골라 그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고 시를 들려주는 이 책은,
시인의 오랜 지기인 판화가 이철수의 채색그림과 함께해 책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저자는 충북 보은의 황톳집에서 자신의 삶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되짚으면서, 자전적 이야기를 세세히 펼쳐낸다.
가난과 외로움과 좌절과 절망과 방황과 소외와 고난과 눈물과 고통과 두려움으로부터 시작한 문학,
그리고 그것들과 함께 여러 가지 사건들을 겪으며 여기까지 온 삶의 이야기를, 그것으로 인해 시인이 되었던 일들을 이야기한다.
지금 작가는 자신 인생의 시계가 오후 3시를 지나 5시를 향해 가고 있다고 한다. 12시 전후의 시간은 치열했고,
저무는 시간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이 오기 전 찬란한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는
황홀한 시간이 한 번쯤 오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엄혹한 시기의 시절을 지나온 그.
이제 다시 어둠이 오기 전에 ‘치열하되 거칠지 않은 시, 진지하되 너무 엄숙하지 않는 시, 아름답되 허약하지 않은 시,
진정성이 살아 있되 너무 거창하거나 훌륭한 말을 늘어놓지 않는 시’를 쓰겠다는 소망을 버리지 않는다.
<yes24 발췌>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느낄 줄 모르면 그는 이미 죽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아름다움 이상으로 끌어올려
아름다워진 마음을 선한 마음으로 바꿀 줄 알 때 사랑은 더욱 깊어집니다.
텅 비워 청정해진 공간에 선함과 다디단 향기가 채우는 진공묘유의 봄기운.
거기서 비로소 공즉색(空卽色)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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